top of page

Today at Apple

한국에서도 지나가다가 애플스토어가 있으면 들리곤 했다. 쓱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스마트함이 1 증가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런던에서도 애플스토어를 종종 들어가곤 했는데, 어느날인가 우연히 music 관련 세션이 진행되는 걸 듣게 되었다.

(스툴에 좀 앉았다 가야지 했는데 세션이 시작됨)

Today at Apple 이라는 아이폰, 맥, 애플워치 등 애플 제품 사용법을 알려주는 세션인데 애플스토어에서 직원들이 직접 가르쳐주는 오프라인 프로그램이다. Photo / Music / Business 등 큰 주제가 있고, 주제 안에서도 다양한 소주제가 있다. 초보부터 심화까지 레벨을 구분해서 진행하기도 하고, 아이들을 위한 Kids Hour 프로그램도 하루에 2-3번씩 열린다.

(한 스토어 안에서도 2-3번. 퓨처 앱등이 양성에 힘쏟는 애플)

 

나는 사진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Photo Lab 이 많이 열리는 날, 세션을 4개 신청했다.

1교시 “How to organise your photos” 소그룹으로 진행되는 세션이었다. 최대 8명까지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서 애플스토어 직원 1~2명이 학생(?)을 커버한다. 직원이 먼저 자기소개, 세션소개를 하고 나면 참가자들도 자기소개를 하고 오늘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이야기하며 세션이 시작된다.

: 아이폰 사진 앱의 검색 기능

사진 앱 우측 상단에 있는 돋보기 버튼을 누르고 키워드를 입력하면 그 사진만 모아서 볼 수 있다. 맥주, 아이스크림, 강아지, 고양이 같은 일반명사나 서울, 제주 같은 지역명을 입력하면 인식한다. (머신러닝이 아직 열심히 learning 중인지 ice-cream 을 입력했는데 모든 아이스크림을 다 보여주진 못했다) 아이폰을 쓰면서 한 번도 사진 앱에서 검색을 눌러본 적이 없었다. ( 베이스의 앱이나 웹사이트에 있었다면 당연히 써봤을 법한 기능인데, 이미지 베이스의 앱이라 그곳에 있는 돋보기가 낯설었던 것 같다)

아이폰, 맥북, 아이클라우드를 넘나 들며 쏟아져넘치는 우리의 사진을 어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궁금한 건 바로바로 물어보면 됨.

 

그 다음 세션은 자습 시간같은 거였다. 미리 신청한 사람들만 테이블에 앉을 수 있고,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다가 (photo lab 이니 사진 관련 작업을 하면 되는데, 친구랑 영상통화를 하고 여행계획을 짜고 있어도 딴짓한다고 뭐라고 하진 않는다)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는 세션이다. 애플스토어 직원이 1:1로 알려준다.

 

공강 시간엔 수제버거를 먹었다. (하루 종일 세션을 신청해두었더니 대학생 때로 돌아간 기분)

 

3교시. Capturing the Music Scene with Richard Gray

외부 강사를 섭외해서 진행하는 세션. 공연, 페스티벌 포토그래퍼 Richard Gray가 본인의 사진들을 보여주며 어둡고, 움직임이 많고, 여러 방향에서 빛이 섞이는 상황에서 재미있는 사진을 포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구도, 대비, 같은 것들을, 그것도 영어로 듣고 있자니 솔솔 잠이 왔다. (디카가 있지만 ISO가 뭔지 별로 궁금해하지 않고, 직접 찍어보면서 깨달아가는 타입. 강의/강연식 학습은 정말 나랑 안 맞는다) 지루해질 무렵, 강연이 끝났다. (응? 1시간 반짜리인데 왜 벌써?) 30분만에 끝나서 놀랐는데 애플스토어 직원들이 아이패드랑 펜(아이펨?)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아이패드와 어도비 프로그램 Lightroom을 이용해서 직접 사진을 보정해보는 시간이었던 것! Richard Gray는 라이트룸 사용법을 알려주며 조금 전 이야기했던 팁들을 적용해 공연 사진을 보정하는 걸 보여주었다. 사진을 잘 찍는 것만큼, 그 느낌을 극대화하는 편집 과정도 재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나서 이런 저런 버전을 만들고, 에어드랍으로 내 아이폰에 보내고 있었는데, 애플스토어 직원이 다가와서 어때 잘 돼가~? 라며 말을 걸었다. 내가 편집한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조금 후에 몇몇 사람의 편집본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거라며 이야기해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스크린 미러링으로 내 사진을 띄워놓고 이야기했다. “일단 나는 사진을 스퀘어로 크롭했는데 왜냐하면 난 헤비 인스타그래머거든” 이라고 했더니 다들 웃었다. 런던에서. 애플스토어에서. 밤까지 강연을 듣다가. 이런 시덥잖은 농담을 하고 있다니.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Geometry 를 바꾸고, Selective Edit 기능을 이용해서 음향장비들 있는 쪽 Exposure 를 낮추고, 다이나믹해 보이기 위해 전체적으로 Contrast 를 높였다. 그리고 Split Tone 이라는 재미있는 기능을 찾았는데 Highlight on red, Shadows in black 으로 설정하면 위의 사진처럼. Highlight on Green, Shadows in yellow 로 설정하면 아래 사진처럼 톤을 바꿀 수 있다.

대략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각각 다른 성격으로 진행되는 3가지 세션에 참여한 날이었는데 알게된 것도 많고, 주저없이 궁금한 걸 물어보는 사람들도 (꼬꼬마부터 할머니까지, 질문을 두려워하거나 쑥스러워하지 않는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2018 by AUDREY IN LONDON.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