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한 쓰레기와 아이스크림의 상관관계
사람마다 소비의 기준은 제각기 다르다.
여기서 오래 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 사기도 부담스럽다.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을 찾기 전까지 급하게 사고 싶지는 않은데 필요한 것들이 있다.
그래서 생겨난, 나의 유용한 쓰레기들
[1] 유리병
Pickled Cucumber, Baby Gherkin 등으로 불리우는 피클 없이는 못 사는 나. (유럽에 여행으로 왔을 때에도 작은 gherkin을 사서 숙소에 놓고 먹을 정도) 이번에도 방을 구하자마자 제일 먼저 산 음식이었는데, 이런 유리병은 연필꽂이, 화장품꽂이, 식재료 통 등으로 쓸 수 있어 아주 유용하다. 남은 뚜껑은 수저받침으로!
[2] 플라스틱 곽
과일, 야채 등 신선식품이 들어 있던 플라스틱 곽. 아래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서 물빠짐이 좋다. 과일이나 야채를 씻은 다음 물이 빠지도록 잠시 올려두는 채반으로 쓰기에 딱 좋은 아이템.
[3] 바디 스폰지
블루베리 통과 일회용 바디 스폰지의 꿀조합이랄까. 물이 잘 빠지는 플라스틱 곽에 호텔에서 주는 납작한 body scrubber 를 놓으면 비누곽이 된다.
(아직 마음에 드는 예쁜 비누곽을 찾질 못했다. 아무거나 사긴 싫고, 비누가 녹는 건 아까운 상황에서 찾은 뜻밖의 조합
[4] 칫솔, 페트병
화장실, 샤워실을 다른 플랏메이트들과 쉐어하는 이 곳에서, 그들이 남기고 간 샤워의 흔적 (특히 꼬불거리는 body hair...) 은 매우 찝찝하다. 수챗구멍에 얽히고 설킨 그들의 흔적은 칫솔로 긁어서 버리고, 욕조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은 페트병에 물을 채워 바가지처럼 끼얹는 나의 일상.
[5] 망가진 수납장
앞 사람이 버리고 간 것 같다. 서랍은 어디갔는지 모르겠고 껍데기?만 있길래, 잘 닦아서 세워놓고 휴지통으로 쓰고 있다. 휴지통을 살까 하다가 그냥 비닐, 종이 쇼핑백 같은 걸 방 한 켠에 두고 쓰레기를 모으고 있었는데 눈에 띈 아이템. 만족도가 매우 높다.
너무 짠내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라 괜찮다. 누군가에겐 예쁜 화장품 수납장이 하루하루를 즐겁게 해줄 수도 있지만, 나는 직접 문질러 씻은 피클통이 더 귀엽고 좋다. 그 대신 나는 £4 짜리 아이스크림 콘을 매일, 망설이지 않고 사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니까!
유용한 쓰레기와 아이스크림의 상관관계 같은 것.
소비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