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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거기 서있어

저녁이 되면 펍 앞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다.

런던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엔 '오 저기가 맛집인가' 하면서 구글맵에 가고 싶은 곳(Want to go)으로 초록 깃발을 열심히 꽂아 두었다. 며칠이 지나고 깨달았다. 유명한 맛집이라 그런 게 아니고, 펍 안쪽 자리는 텅텅 비어있는데도 다들 굳이 펍 앞 길가에 나와서 있었다는 걸.

길가에 서서, 또는 계단이나 창틀처럼 엉덩이를 걸칠 곳이 있으면 그곳에 앉아서. 길거리에서 참 잘 먹고, 잘 마신다. 특히 Brick-lane, Borough market, Camden market 같은 마켓에 가면 사람들이 길가를 꽉 채워 옹기종기 앉아 무언가 먹는 걸 볼 수 있다.

에어컨이 없으니 더워서 밖으로 나온 건가 싶다가. 거꾸로 생각해보면 미세먼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공기가 좋으니, 밖에 나와서 먹어도 되고, 그래서 에어컨이 딱히 필요하지 않았군! 이라는 생각도 했다가. 여튼 재미있는 현상이기도 하고, 거리를 좀 더 활기차게 해주는 비결이기도 한 것 같다.


©2018 by AUDREY IN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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