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보기 힘든 것 3가지
"거기는 몇 시야?"
"거기도 더워?"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시간은 한국보다 게으르게 가고 있어서, 8시간 느리다.
날씨는 YES or No 로 대답하기엔 다소 복잡하다.
- 밖은 덥지만 시원함
- 대신, 실내가 아주 더움
한국처럼 39도를 찍진 않고 낮 최고 기온이 30~31도. 습하지도 않고 밖은 항상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서 선글라스만 잘 챙겨 나오면 걸어다닐 만하다. 문제는 실내다. 에어컨이 없다 에어컨이.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런던에서 보기 힘든 것 3가지"
1. 에어컨
2. 방충망
3. 화장실
1. 에어컨이 없다.
방 뷰잉을 15곳 정도 다녔는데 에어컨이 있는 집을 본 적이 없다. 부유한 집, 또는 가족이 사는 집에 가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본 플랏에는 100% 없었다. 호스텔에도 없었고. 대신 커다란 창문을 활짝 열어 두고 아주 잘 지낸다.
에어컨이 없어서 가장 놀랐고, 가장 힘든 곳은 대중교통. 지하철에도 버스에도 에어컨이 없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버스 창문을 활짝 열 수도 없다. 목적지까지 가다가 숨이 막혀서 갑자기 중간에서 내린 적도 몇 번 있다. 아주, 아주, 아주, 덥다.
*한국에 있는 친구가 보내준 스크린샷. 네. 실화입니다...
런던하면 떠올리는 빨간 2층 버스, 나도 그 버스의 2층 맨 앞쪽 자리를 어지간히 좋아한다. 하지만 맨 앞쪽 (버스의 이마 부분?) 창문이 아예 안 열리는 구조로 된 2층 버스가 매우 많다. 돈 내고 사우나를 찾아갈 필요가 전혀 없다. 버스 타면 됨...
서점이나 카페 같은 매장도 에어컨이 없거나 아주 약하게 (선풍기 1단계 미풍 느낌?) 틀어두는 경우가 많아서 딱히 도움이 안 된다. 원래는 비가 많이 온다는데 그래서 따뜻한 걸 좋아하나 싶을 정도로. 모두들 뜨끈~한 곳에서 신기하게 잘 앉아 있다. 존경해요.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 명상의~ 시~ 간.....
2. 방충망이 없다.
나는 벌레를 극도로 무서워한다. (세계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벌레를 이겨낼 자신이 없어서 혼자 가는 건 일단 포기했을 정도) 한국에서는 날파리 한 마리도 혼자 못 잡을 정도였다. 모기가 방에 들어오면 거실에 나가서 자고, 귀뚜라미를 발견한 밤에는 엉엉 울었다.
그런데 런던. 에어컨도 없는데, 선풍기도 없는데, 방충망도 없다.. 런던에 오고 나서 방충망을 본 적이 없다. 그만큼 해충이 많지 않고, 실내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밤이 되면 불빛을 따라 들어오는 날벌레(특히 초록색 너무 싫다), 천진난만하게 기어다니는 무당벌레, 거미 같은 걸 만나지 않으려면 방충망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잘 살펴보니 벌레가 나와도 그냥 둔다. 나가든지 같이 살든지 편한대로 해~ 느낌.
나는 벌레를 무서워하기도 하고, 알레르기가 있어서 (팔에 모기 한 방 물리면, 팔 4~5군데가 부어오른다) 이래저래 방법을 찾다가, 결국 아마존에서 방충망을 사서 직접 시공했다. 벌레와의 전쟁은 다른 포스팅에서 자세히..
어서와~ 내 방은 처음이지?
3. 화장실
(런던 뿐만이 아니라 유럽의 다른 국가도 그렇긴 했지만) 밖에서 화장실 찾기가 어렵다. 나는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라 (하루 최소 2리터) 화장실도 자주 가야 되는데 공중 화장실이 잘 없어서 힘들다. 구글맵에 'Public toilet' 이라고 검색하면 뜨문뜨문 나오지만 보통 50p (약 750원) 정도 동전으로 지불하고 들어가야 하고, 상태도 좋지 않다. 우리나라처럼 아무 건물 1~2층 화장실, 또는 지하철역 화장실을 가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은 화장실도 가기 쉽고, 식당에서 물은 기본, 김치도, 피클도 주고, 물티슈도 주는데... 그런 건 없다! 물 먹고 싶으면 들고 다니든가. Still water 주문해서 먹거나 석회수 받아서 주는 공짜 물을 먹거나!
공중 화장실은 보통 이렇게 생겼다. 거리에 뜬금없이 지하로 가는 계단이 있는데 입장할 때 동전을 넣고 돌려야 함.
[Tip] 런던에서 살아남기
1. 런던에서 에어컨을 쬘 수 있는 곳
- 마트 신선식품 코너 앞 (Tesco, Sainsbury's, Waitrose.. etc)
- 영감을 주는 공간들 (Gallery, Museum.. etc)
2. 런던에서 벌레를 피할 수 있는 곳
- 카페의 지하 1층 좌석 정도
- 영감을 주는 공간들 (Gallery, Museum.. etc)
3. 런던에서 화장실을 갈 수 있는 곳
- 맥도날드 (짱)
- 김밥천국의 샌드위치 버전같은 EAT, Pret A Manger
- National 이라고 된 곳들 (National Theatre, National Gallery, National Museum... etc)
*맥도날드, Pret 같은 곳의 화장실은 당연히 매장 이용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이지만 살다보면 급할 때도 있기 마련. 맥도날드는 너무 붐벼서 스태프들도 항상 정신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화장실을 갈 수 있고 (간혹 영수증 보여달라고 할 수 있음 주의). Pret이나 EAT 같은 곳은 오히려 직원에게 솔직히 말하고 가는 것도 방법이다. 매장에서 물 하나 사고 가도 화장실을 이용하면 좋지만, 친절한 알바생은 "그래그래 가도 돼~" 라며 비밀번호를 알려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