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이 되었다
모델이 되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헤어 모델을 해봤다"
런던에서의 첫 날,
길을 걷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말을 걸었다. 숏컷을 한 여자도 따라와서 함께 인사를 하길래 처음에는 살짝 경계했다. (2인조가 말을 걸 땐 특히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음)
남자의 제안은 hair-modelling. 자기는 Mazella and Palmer 라는 살롱에서 일하는 헤어 디자이너인데, 곧 보스에게 평가받는 날 모델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고, 나의 숏컷 헤어가 자기가 생각했던 길이와 딱 맞는다는 내용이었다.
처음 받아보는 제안이 (그것도 런던에서라니!) 꽤나 흥미로웠고, 여기서 커트를 하려면 최소 7만원 쯤은 들기 때문에 매우 솔깃했다. 메일로 몇 가지 물어보고, 살롱 웹사이트를 들어가본 후 모델을 하겠다고 했다.
디자이너 이름은 tamas.
타마스는 내 머리를 뿌까처럼 고정시켜놓고, 세상에서 누구보다 신중하게 커트를 했다.
머리감기, Before/After 촬영 같은 걸 포함해서 전부 4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타마스도 너무 오래 걸리는 게 미안했던지 crazy hungarian 이라며 (타마스는 헝가리아인이다) "고문"해서 미안하며 연신 민망해했다.
타마스 덕분에 앞머리를 'fringe'라고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lip-line에 맞춘 기장으로 커트도 잘 끝났다.
영국에 오자마자 커트- 그것도 헤어 모델로 커트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재미있었다.
+덧.
커트가 끝나고 타마스는 스프레이를 진짜, 지인짜 많이 뿌렸다. 뭐랄까, 흡사 내가 벌레를 잡을 때 에프킬라를 뿌리는 것 같았는데.. 정말 열심히 뿌렸다. 에프킬라를 맞는 벌레는 이런 기분이었을까..